축포 터뜨리던 부동산, 잔치는 끝났다

허준열 칼럼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 ‘투자의 신’

축포 터뜨리던 부동산, 잔치는 끝났다



부동산 가격하락 일시적일까

“일시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를 자칭하는 선동가들이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인데, 근거는 ‘한국 부동산은 불패’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부동산은 ‘불패’였을까. 그렇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하우스푸어 파동 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적이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하락은 지금이 시작점이다.[사진=뉴시스]

필자가 부동산 관련 상담을 하면서 느낀 흥미로운 감상 한가지. ‘부동산 불패 신화’를 향한 믿음이 고객을 지배하고 있다는 거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던 시기만 기억하고, 아파트를 사고팔아 재산을 부풀린 이들의 무용담만 귀담아들은 탓이다. 하지만 불패신화는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빠진 역사가 적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큰 부동산 하락기는 1997년 외환위기일 것이다. IMF 관리 체제가 가동된지 1년 만에 서울 집값은 21.3% 하락했다. 돈 있는 사람들조차 부동산을 사지 않은 여파였다.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또다른 하락기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에 시작됐다. 그해 10월 터진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는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추겼고, 이후 국제금융시장은 ‘불황’에 빠졌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건 두말하면 잔소리. ‘글로벌’이란 간판을 달았던 기업들조차 불황을 버티지 못한 채 무너졌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2007년 1분기 13억원에 달했던 은마아파트(강남 대치동)의 가격이 2008년 4분기 9억원으로 급락한 건 대표적 사례다.

 

이명박(MB) 정부가 3년차였던 2010년 터진 ‘하우스푸어 파동’도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렸다. 이전까지 MB 정부는 글로벌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부동산 규제를 풀었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 ‘돈맥경화’를 벗어나겠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 정책은 버블만 키웠다. 저금리 시대와 맞물려 부동산 규제가 풀리면서 주택가격이 꿈틀대자 많은 중산층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다. ‘하우스푸어 파동’의 시작이었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MB정부는 2010년 7월 부랴부랴 금리를 인상했다. 문제는 금리를 끌어올리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주택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이었다. 빚내 집을 구입했던 많은 이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월급의 80%를 대출금을 갚는 데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처럼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부동산 가격 폭락기가 엄연히 있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외친다. 시장을 선동하거나 조장하는 사람 중 스스로를 ‘부동산 전문가’라 지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시장에 헛바람을 넣는 이유는 간단하다. 귀가 얇은 매수자나 순진한 매수자에게 부동산을 팔기 위해서다.

하지만 잔치는 끝났다. 49개월간 끝을 모르고 오르던 서울, 특히 강남불패라 불리던 곳의 시세와 명성이 최근 들어 무너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개월째 떨어졌다. 매매가격이 2년 전의 전세가격을 밑도는 역전세난도 현실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내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내려갔을 때 재빨리 낚아채야 한다는 심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심리를 더욱 부추기는 사람들도 있다. 앞서 말한 부동산 전문가를 자칭하는 선동가들이다. 이들은 “지금의 하락기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면서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이런 단언은 내집 마련이 꿈인 사람들의 혼란을 부추겨 조급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든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발언인가.

냉정하게 말해,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일반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락폭 또한 시장의 예상치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주택매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올해만은 매입하지 마시라. 올해보다는 내년이, 내년보단 내후년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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